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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서재/시집

김수영 - 여름밤

by 아이의말 2021.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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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地上)의 소음이 번성하는 날은
하늘의 소음도 번쩍인다
여름은 이래서 좋고 여름밤은
이래서 더욱 좋다

소음에 시달린 마당 한구석에
철늦게 핀 여름장미의 흰구름
소나기가 지나고 바람이 불 듯
하더니 또 안 불고
소음은 더욱 번성해진다

사람이 사람을 아끼는 날
소음이 더욱 번성하다 남은 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던 날
소음이 더욱 번성하기 전날
우리는 언제나 소음의 二층

땅의 二층이  하늘인 것처럼
이렇게 인정(人情)의 하늘이 가까워진
일이 없다 남을 불쌍히 생각함은
나를 불쌍히  생각함이라
나와 또 나의 아들까지도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다 남은 날
땅에만 소음이 있는 줄만 알았떠니
하늘에도 천둥이, 우리의 귀가
들을 수 없는 더 큰 천둥이 있는 줄
알았다 그것이 먼저 있는 줄 알았다

지상(地上)의 소음이 번성하는 날은
하늘의 천둥도 번쩍인다
여름밤은 깊을수록
이래서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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