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 유리창2
내어다 보니 아주 캄캄한 밤, 어험스런 뜰앞 잦나무가 자꼬 커올라간다. 돌아서서 자리로 갔다. 나는 목이 마르다. 또, 가까이 가 유리를 입으로 쫏다. 아아, 항 안에 든 금붕어처럼 갑갑하다. 별도 없다, 물도 없다, 쉬파람 부는 밤. 소증기섯처럼 흔들리는 창. 투명한 보랏빛 누뤼알 아, 이 알몸을 끄집어내라, 때려라, 부릇내라. 나는 열이 오른다. 뺌은 차라리 연정스레히 유리에 부빈다. 차디찬 입맞춤을 마신다. 쓰라리, 알연히, 그싯는 음향- 머언 꽃! 도회에는 고운 화재가 오른다.
2021.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