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 탕 탕 탕 탕 탕 탕 쉼 없이 불꽃이 인다 까마득한 어둠 속에서 터지고 찌그러지고 휘어지면서 침묵의 총대 하나가 서있다 언제부터 이리도 치열한 쇠뭉치였던가 뜨거운 세상 속에 홀로 내던져져 타들어가는 목마름으로 꿈을 갈망하였다 탕 탕 탕 탕 탕 탕 끝없이 반복되는 망치질 지난날의 부끄러움을 벗겨내고 수차례 맑은 물로 얼굴을 씻겨내면 더 이상 마모될 곳 없는 순고한 사나이 세상을 둥글게 바라볼 나이가 돼서야 비로소 밥상 위에 수저 하나가 늘었다 처음으로 누군가의 뱃속에 따듯한 밥 한 술 떠넘기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탕 탕 탕 탕 탕 탕 오늘도 쉼 없이 불꽃이 인다. 2021. 7. 18. 꽃 하늘 높이 손을 뻗어 그대를 향한 이 마음 사방으로 피었네 그대가 온다면 아무런 꿈이라도 좋으련. 2021. 6. 30. 블루스 어젯밤 너는 술을 먹고 푸른 바닥에 누웠다지 친구들과 밤을 찾아 하늘을바라보았지다지 밤하늘에는 달이 높고 별이 가득하고 바람이 구름을 옮겨 세상을 바꾸고 있었지 우리는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어 푸른 비가 내리면 나무는 울어 블루스 블루스 아이가 처음 부르던 그 노래 블루스 블루스 블루스 어젯밤 너는 술을 먹고 그 험한 고개를 넘었다지 푸른 꿈을 찾아 새벽에서 넘어왔다지 새벽하늘엔 달이 지고 별이 사라지고 바람이 이슬을 옮겨 세상은 그대로 있었지 우리는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어 해가 뜨면 푸른 나무는 빛을 내 블루스 블루스 아이가 처음 부르던 그 노래 블루스 블루스 블루스 푸른 아침이 올 때까지 다함께 노래를 불러 블루스 블루스 우리의 블루스 블루스 푸른 아침이 올 때까지 다함께 춤을 춰. 2021. 5. 16. 단골집은 언제나 편안해 서울에 방 한 칸 마련하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친구는 계속해서 취하려 하네 접시에 누워 입을 쩍- 벌리고 술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노가리 세 마리 카메라를 들지 마 휴대폰을 보지 마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니까 술은 끊어먹으면 맛이 없지 짠을 하면 한 번에 마셔 색깔은 세 가지 색 파프리카가 썰려 나온다 전혀 맵지 않은데? 청양고추마냥 무섭게 살고 싶어? 담배를 피우지 마 노래를 부르지 마 비는 곧 장마가 되겠지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돈을 모으는 일이란? 그냥 장마처럼 돈이 떨어졌으면 좋겠다 서울에 반 이상이 빈 아파트래 돈이 떨어진다면 공실을 채울 수 있을 텐데 술이 목까지 차올라도 어떠한 말을 해도 풀리지 않는 것이 우리의 미래야 서울에 방 한 칸 마련하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친구는 계속해서 취하려.. 2021. 5. 16. 풀(POOL) 하얀 캔버스 위로 한 줄로 선 작업자들 똑같은 슬리퍼를 싣고 밀대를 밀고 나가면 그 뒤로 하늘색 물감이 번지기 시작한다. 쓱윽쓱 쓱윽쓱 한 아이의 발이 물장구를 치자 시작되는 경기 팔을 크게 벌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와 그 앞으로 접형을 하는 아이와 그 앞에 아이들 한 아이가 결승선으로 손을 뻗자 호루라기를 힘껏 부는 선생님 그 뒤로 공중에 그려지는 분홍색 수영모자에 물안경 오리튜브에 완전무장한 숫총각 유아용 다이빙대 위에 위태롭게 서 있어 이것이 바로 인생의 전환점 용기를 내라구, 친구 그 아래로 무지개 파라솔 흰 벤치에 걸터앉아 낄낄 수다를 떠는 숙녀아가씨들 하지만 다이빙대 옆에 늠름한 구조요원이 여기를 봐주길 바라는 건 비밀- 한쪽 구석에서 수영헬퍼를 잡고 수영연습을 하는 여자와 헬퍼를 잡아주며 .. 2021. 5. 16. 여름밤 밤을 밝히던 불빛이 꺼지면 내 마음은 갈 길을 잃고 막차를 보낸 정류장에 홀로이 앉아 여름날의 행방을 찾아 정처 없이 헤매이는 별 하나둘 지쳐 잠이 드는 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푸르른 언덕 위에 그대가 서 있네요 흔들리는 꽃향기에 들판을 채운 하얀 추억들이 살아나 영원히 변하지만 않을 것만 같았던 여름밤 기억들이 사라져 가네요 하나둘 젖어 비 내리던 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푸르른 언덕 위에 그대 옆에 서 있네요 스며드는 꽃향기에 마음을 채운 빛바랜 사진들이 흐려져 영원히 변하지만 않을 것만 같았던 여름밤 기억들이 사라져 가네요 별이 사라진 도시에 내 마음은 길을 잃고 또다시 홀로 여름밤을 걷고 있네요. 2021. 5. 16. 강 웁니다 그녀가 다른 이가 좋아 웁니다 고요히 그녀가 울어 강물이 넘치면 저는 그만 휩쓸려 갑니다 멈출 수 없는 이 마음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요 강둑에 걷다 쪼그려 앉아 그녀가 웁니다 한참을 떠내려가다 강둑에 걸렸나봅니다 강둑에는 슬픔이 걸려 있나봅니다 강이 소리도 없이 우는 걸 보면 슬픈 이들이 강을 찾는 걸 보면 2021. 5. 16. 수박 한여름 볕 아래 그대는 무심히 앉아 메마른 입술로 수박을 삼킵니다 푸른 호숫가에 물결이 일 듯 말없이 던진 그대의 눈빛은 몰래 커져만 가던 내 마음에 붉은 색으로 스며들어 그대에게 건넨 한 조각 수박처럼 더는 참지 못하고 그대에게로 다가 포개어집니다 한여름 볕 아래 그대와 무심히 앉아 메마른 입술로 수박을 삼켰습니다 2021. 5. 16. 광야 이 밤 산하의 어둠은 누구의 것인가 낮부터 내린 비는 밤까지 이어져 내린 자리마다 열주를 심어놓고 전등불을 밝히는 늙은 순찰원은 어둠을 몰아 어둠을 몰아내어 살아남은 머릿수를 헤아려 순한 양들은 입을 다문 채 더럽혀진 구두코를 닦으나 시큰거림은 도무지 가시지 않고 희미하게 희끄무레하게 번지는 자정 눈을 감아도 꺼지지 않는 백야 밀려오는 잠을 떨쳐내며 늘어난 인대를 잡고 절뚝거리며 몸을 숨기는 어둠 속의 이리떼 울음소리는 내리는 빗소리 같아 산하에 어둠만이 온전한 어둠을 가졌네 아 이 노동의 끝은 언제쯤 광복을 맞나 아무리 잠을 청해도 밤은 오질 않네 이 시큰거림은 도무지 가시지 않네 2021. 5. 16.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