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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서재/시집

이상 - 공복(空腹)

by 아이의말 2021.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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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손에과자봉지가없다고해서
왼손에쥐어져있는과자봉지를찾으려지금막은길을오리나되돌아갔다

이손은화석하였다

이손은이제는이미아무것도소유하고싶지도않다소유된물건의소유된것을느끼기조차하지아니한다

지금떨어지고있는것이눈(雪)이라고한다면지금떨어진내눈물은눈(雪)이어야할것이다

나의내면과외면과
이건의계통인모든중간들은지독히춥다

좌 우
이양측의손들이상대방의의리를저바리고두번다시악수하는일은없이
곤란한노동만이가로놓여있는이정돈하여가지아니하면아니될길에있어서독립을고집하는것이기는하나
추우리로다
추우리로다

누구는나를가리켜고독하다고하느냐
이군웅할거를보라
이전쟁을보라

나는그들의알력의발열의한복판에서혼수한다
심심한세월이흐르고나는눈을떠본즉
시체도증발한다음의고요한월야를나는상상한다

천진한촌락의축견들아짖지말게나
내험온은적당스럽거니와
내희망은감미로웁다

193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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