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50개의 계절/여름

광야

by 아이의말 2021. 5. 16.
320x100


이 밤 산하의 어둠은 누구의 것인가
낮부터 내린 비는 밤까지 이어져
내린 자리마다 열주를 심어놓고
전등불을 밝히는 늙은 순찰원은
어둠을 몰아 어둠을 몰아내어
살아남은 머릿수를 헤아려
순한 양들은 입을 다문 채
더럽혀진 구두코를 닦으나
시큰거림은 도무지 가시지 않고
희미하게 희끄무레하게 번지는 자정
눈을 감아도 꺼지지 않는 백야
밀려오는 잠을 떨쳐내며
늘어난 인대를 잡고
절뚝거리며 몸을 숨기는
어둠 속의 이리떼
울음소리는 내리는 빗소리 같아
산하에 어둠만이 온전한 어둠을 가졌네
아 이 노동의 끝은 언제쯤 광복을 맞나
아무리 잠을 청해도 밤은 오질 않네
이 시큰거림은 도무지 가시지 않네

320x100

'50개의 계절 > 여름'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21.05.16
수박  (0) 2021.05.16
귀로  (0) 2021.05.06
한강공원  (0) 2021.05.02
산책  (0) 2021.05.0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