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건은 누군가 르네 마그리트의 겨울비에서
신사의 중절모 대신 흰 복면을 씌워놓으면서 제기되었다
거대한 마을로 형성된 박물관에 들어선다
많은 감독들과 작가들이 이곳에 색을 입혔다
그러나 관중들의 눈에는 그냥 흑백일 뿐이다
아무리 칠해도 허상은 허상일 뿐인 것이다
백야의 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높은 건물들이 총을 맞고 쓰러진다
사람들은 피할 곳을 찾아 도망다닌다
여기저기 포탄이 떨어지고 파인 흙구덩이에서는
물이 넘쳐나고 불이 넘쳐나고 총알이 넘쳐난다
상영 내내 관중들은 의자 뒤에 숨어 총알을 피하지만
이것은 스크린에서만 일어나는 시건이다
마치 박물관에 진열된 사람들처런 줄을 지어 그림들을 관람하고 영상을 시청하는
눈에 총을 든 관중들은 난간에 기대어 난간의 의미를 생각하지 못하고 이 끔찍한 사건이 잊혀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마침내 상영이 끝나고 화면에 이름이 올라갈 때쯤
도망친 사람들과 잊혀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과거로 삭제된다
과거가 삭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과거를 떠올리기만 해도 잠 못 이루는 귀가 여기 있어
귀의 구멍에 랜턴을 넣어둔 자들을 기증자라고 하여 석판에 지속적으로 색을 밝히려는 자 모두 난간을 하나씩 배치하고 돌아가라
난간은 안전한 것이니 사건을 안전히 보존하는 바리게이트로써 작품은 언제나 우리를 기억하고 있듯
우리가 계속 색을 밝히려고 하면
언젠가 후세에 밝은 세상이 올것이기에
흑을 지나,
거대한 마을로 이루어진 박물관 속에
범인을 찾아냘 수 있을 것이니
르네 마그리트는 난간을 그리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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