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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서재/시집

정지용 - 카페 프란스

by 아이의말 2021.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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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겨다 심은 종려(棕櫚)나무 밑에
빗두루 슨 장명등,
카페 프란스에 가쟈.

이 놈은 루바쉬카
또 한놈은 보헤미안 넥타이
뻣쩍 마른놈이 압장을 섰다.

밤비는 뱀눈 처럼 가는데
페이브멘트에 흐늙이는 불빛
카페 프란스에 가쟈.

이 놈의 머리는 빗두른 능금
또 한놈의 심장(心臟)은 벌레 먹은 장미(薔薇)
제비 처럼 젖은 놈이 뛰여 간다.

"오오 패롵(앵무 鸚鵡) 서방! 꾿 이브닝!"
"꾿 이브닝!" (이 친구 어떠하시오?)

울금향(鬱金香) 아가씨는 이 밤에도
갱사(更紗) 커-틴 밑에서 조시는구려!

나는 자작(子爵)의 아들도 아모것도 아니란다.
남달리 손이 히여서 슬프구나!

나는 나라도 집도 없단다.
대리석(大理石) 테이블에 닷는 내뺌이 슬프구나!

오오, 이국종(異國種)강아지야
내발을 빨어다오.
내발을 빨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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