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50개의 계절/봄

이십 마이너스 일

by 아이의말 2021. 9. 1.
320x100



걔 결국 프리지아 들고 떠났대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면서
청색 마이를 날리면서 교문을 넘었대

어른이 되고 싶어서 도서관 구석에서 책 뜯어먹던 것부터
걔가 꾸던 꿈을 생산하고 싶어서 따라다닌 것도 이해 해. 하지만 이렇게까지...

난 걔 등뒤에서 연분홍빛 수국으로 물드는 노을을 봤어
회색 백팩 지퍼 틈으로 삐져나와있는 푸른 잎도 봤지
걔는 말했어
새벽마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넣고 다닌다고.

이해 해, 다 이해한다구.
하지만 너도 알잖아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걔는 그저 꿈을 꾸는 공상과학자일뿐이야.

나는 믿어. 걔는 특별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스스로 정한 일에는 책임을 지는 아이니까.

그렇다고 너까지 떠나는 건 아니잖아.

아니.
나는 여기서 배운 것보다 걔와 함께했던 시간에서 배운 게 더 많아
인생은 우리가 결정해야 해
우리는 이제 아이가 아니잖아
시간은 언제나 기다려주지 않아.
나를 이해해줘.

나는 너의 결정을 존중해.
하지만 나는 여기에 남을 거야.

너까지 떠난다면 모든 게 변하고 말겠지.
잘생각했어.
자- 이거.

꽃? 개나리꽃이잖아.

응. 노란색 꽃.
내가 어디있는 언제나 널 응원할게.

나도 널 위해 항상 기도할게.

고마워.
너는 언제나 내게 이십 마이너스 일이야.


그렇게 둘은 떠났고 벌써 이십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나는 매년 마이너스 일을 빼느라 일년을 다썼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둘이 다시 돌아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320x100

'50개의 계절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랜만에 봄이 찾아온다고 한다  (1) 2021.07.18
첫회식  (0) 2021.05.16
월요일 밤부터 혼났다  (0) 2021.05.16
진지한 젊은이  (0) 2021.05.16
리시안셔스  (0) 2021.05.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