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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의 계절/봄

첫회식

by 아이의말 2021.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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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으로 담뱃갑을 꾸긴다
마치 대학교 때 버리고 온 단칸방처럼
시대는 달고 달아서 낡아버렸고
더 오래 살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술은 잔을 채우며 곤두박질친다

“자네 이슬을 마시겠는가.”
“이슬은 새벽에만 마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
“그럼 오늘도 야근이군요.”
“아니지. 철야겠지.”
“아...”
“밤이 줄어들수록 늘어나는 것이 있으니
빈 병과 빈 잔과 빈자리들
새벽은 그렇게 빈 것들을 주우러온다네.”

“밤을 지새우는 동지여. 안주로 회 어떤가?”
“해는 아침에만 뜨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지.”
“그럼 오늘도 집에 못 들어가겠군요.”
“아니지. 우리 일터가 집이 아닌가.”
“아...”
“자-자- 자네 잔이 비였지 않는가
어서 술을 채우게
밤은 언제나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네
한 잔이라도 더 채워야하지 않겠나
이 자유로운 밤을 말일세.”

나는 매일을 첫회식처럼 자유로이 곤두박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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