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aré 성곽을 쌓아올린 자들의 두려움을 지키는 자 당신은 유리매스속에 켜진 벽부등처럼 서있어요 아무데도 가지 못하고 매일 일만 하고 있잖어요 volare volare 제 손을 잡아요 봄이 왔어요 봄의 색깔은 도시의 아스팔트 사이에도 물들어 있어요 철탑에 오르려 하지말아요 당신은 목련꽃처럼 여리게 매달려 있을 뿐이에요 낮인데 그대로 불을 끄고 잠이 들건가요 volare volare 제 손을 잡아요 봄이 왔어요 봄의 향기는 도시의 구둣발 사이에도 차올라 있어요 당신. 사랑의 달콤함을 믿어요 봄을 이해해요 당신과 같이 아름다운 봄을 말하고 싶어요 당신 악기를 연주해 감미로운 사랑을 노래하고 싶어요 volare volare 제 손을 잡아요 봄이 왔어요 봄의 날개가 도시의 빌딩 위에서 날아다니고 있어요 돋아나요 이제 v.. 2021. 5. 8. 귀로 정미조의 37년에 압도당하고 만다 귀로를 들으며 레드와인을 마신다 손으로 눈을 가리고 바람을 세어본다 나는 매일 집을 나섰으나 몇 해째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사진첩에 모여사는 웃는 나의 시절들 그 많던 시간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기에 돌아갈 길 하나 마련해 두지 못했나 비 오는 밤 창문을 열어두고 불어오는 바람에 조용히 어린 시절 나를 불러 집으로 돌려 보낸다 어린 나의 모습은 점점 희미해져 간다 2021. 5. 6. 콩나물국 아침아홉시면일제히검은봉지를뚫고나와누렇게뜬얼굴로모니터자외선을받고있다 곧오전회의시작합니다회의실로모여주세요오늘의주제는미래먹거리창출입니다미래사회에는사람의몸둥이가퇴화되고머리만남게된다고합니다그럼우리는무엇을팔아야할까요뭐야그러면우주를떠도는행성처럼머리만떠돌아다니는거아냐정말끔찍하다그럼옷이필요없게될테니아침마다옷고를일이없어지니좋겠네요그대신모자가유행한다는생각은안해봤어그거네요모자모자를팔면되겠어요모자에장치를달아서뇌를최상의상태로유지할수있게해주는거예요뭐항온항습기나냉난방기를달라고그러지좋네요그거예요실외기프로펠라를키워서공중을날게하면정말날아다닐수있겠어요최과장님좋은아이디어입니다모자에날개를달아주자니이걸로위에보고하면되겠습니다잠시만요그런데몸이완전히사라지면저희인간의번식및생존기능은어떻게되는건가요말이안되는가설인것같습니다김대리참답답하네당연히몸이있겠지콩나물.. 2021. 5. 6. 두려움에 대하여 신발주머니 든 아이 느린 발 걸 음 바닥을 본다 고개 숙인 만큼 느린 발 걸 음 등교시간 가까와온다 2021. 5. 5. 한강공원 갓 돌린 코인세탁기에서 반바지와 반팔티를 꺼내 입어 도시의 틀에서 벗어나 차가운 탄산수 달콤한 쥬시 파란 커플 자전거 그대와 함께 달리는 한강공원 (river in the park riding love- riding love- riding love on the river) 원글라스 와인팩 담백한 스테이크컵 음악을 틀어줘 옐로우텐트 빵빵한 앰프가 있어 여기로 모여 여름밤 폭죽을 터트려 팝핀댄스 뮤직 스타트 그대와 함께 춤을 추는 한강공원 (river in the park dancing love- dancing love- dancing love on the river ) (river in the park dancing love- dancing love- dancing love on the river ) 2021. 5. 2. 산책 하늘을 나는 비행기처럼 방역차는 연기를 뿜으며 지나가고 나는 연기 속의 길을 걷고 있어 인생을 살다 보면 그런 날도 있겠지 그러나 맑은 저 계곡물처럼 우리는 멈추지않고 계속 흘러갈 거야 우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잊혀지는 존재 그러나 우리는 또 누군가에게 스며들어 푸르게 물들 거야 한없이 흔들고 흔들리면서 조용히 익어갈 거야 그러나 다시 어둠이 오겠지 긴 어둠일 거야 여름에만 우는 벌레들만이 우리를 기억해 밤마다 노래를 부르지 밤하늘에는 별들이 일어날 거야 우리가 잠든 사이에 잊혀져가는 우리의 밤을 기록하기 위해 언제나 빛을 낼 거야 2021. 5. 2. 가을, 몰락해가는 비행선 안에서 찬 공기 숨 죽인 채 1호기의 추락 우리 관계는 끝에 도달한 점멸해가는 불빛 끊어질 듯 끊어지지않는 희미한 서로가 서로를 서로에게 조용히 어떠한 기억도 남지않게 모조리 태워 길가에 내다버리고 나무아래 수북이 쌓인 밤 1호기, 2호기, 3호기, 4호기... 순서대로 소멸해 가는 밤 사그라드는 낙엽들 사그라드는 관계들 우리는 한층 더 차가워진 상태로 수신기를 잡는다 (뚜뚜뚜뚜뚜) 가을, 몰락해가는 비행선 안에서 (뚜뚜뚜뚜뚜) 가을, 몰락해가는 비행선 안에서 1호기, 2호기, 3호기, 4호기...순서대로 수신호를 보낸다 2021. 5. 2. 해피밀 우리들은 아이처럼 신이나 주문을 건다 "히어로 하나 주세요." 우리는 간단히 히어로 하나를 얻는다 매일 하나씩 책상 위에 히어로가 늘어난다 히어로와 함께 밤을 지키는 우리들 밤의 무게를 지탱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히어로가 있다 견딜 수 있다.... 다음날도 우리는 어김없이 아이처럼 신이나 주문을 건다 "히어로 하나 주세요." "손님 죄송합니다. 오늘부터 히어로는 끝났습니다." "벌써요? 그럼 다음은 어떤 건가요?" "오늘부터는 쥬라기 공룡입니다." "공룡이라니, 멸종된 공룡이라니. 그럼 우리는 누가 지키나요?" "네? 손님, 죄송한데 주문하실 건가요? 뒤에 줄이...." "눼... 어쩔 수 없죠. 공룡 하나 주세요ㅠㅠ" 그날로 책상 위에는 공룡들이 뛰어다닌다 우리는 초식동물처럼 공룡들에.. 2021. 5. 2. 우리는 나무로소이다 겨울, 우리는 알몸으로 뜨거우다 봄, 싹이 트듯 울음이 터지자 여린 잎을 안고 흔들리는 우리는 여름, 폭풍처럼 자라난 아이를 한 팔에 끼고 서서 밥을 때우는 우리는 가을, 강을 오르는 연어떼 속에 있다 첫째가 집을 떠나자 우수수, 떠나는 아이들 힘을 다하고 가라앉는 연어떼 속에 우리는 겨울, 텔레비를 틀어놓고 먼발치서 연락을 기다리는 부모를 많이도 닮은 우리는 엄마아빠가 되어간다 봄여름가을겨울 우리는 부모가 되어간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간다 2021. 5. 2. 이전 1 ··· 12 13 14 15 16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