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잎 나무는 잎이 많아 한 마디씩 그리운 문장을 달아놓고 사구에 백로 마냥 움직이질 않네 그런 나무들은 이 도시에 많아 고갤 들어 주변을 둘러보면 말라가는 입들의 쓸쓸한 눈빛 핏대 세운 앙상한 가지들이 치는 타자기 소리 납작한 그림자가 드리우면 인쇄된 아우성이 화면 위에 찍히고 아무도 늙어가는 것에 대하여 문을 열고 나와 볼 생각이 없네 익명으로 된 입들이 떨어지고 우리네 앞날이 조금 더 밝아지기를 죽음과 동시에 소리 높여 더 큰 입이 돋아나 다리를 달고 저 멀리 닿지 않는 곳까지 나무를 심겠다며 댓글이 날아가네 세상이 푸른 숲으로 피어날 때까지 2021. 5. 16. 8월의 아이 la mer 8월의 아이는 시원한 바람이 부는 바다로부터 파도처럼 밀려 오나봐요 바다의 허리춤에 안겨 춤을 추다가 그만 손을 놓쳐서 멀리멀리 여기까지 내 사랑 곁으로 여름 바다처럼 넓고 깊은 마음을 지닌 아기천사가 오늘 우리 곁으로 오려나 봐요 8월의 아이는 은빛 별이 빛나는 하늘로부터 단비처럼 내려 오나봐요 흰 구름의 뱃속에서 물장구치다가 그만 발이 빠져서 멀리멀리 여기까지 내 사랑 곁으로 여름 장마처럼 넓고 깊은 마음을 지닌 아기천사가 오늘 우리 곁으로 오려나 봐요 사랑스런 당신의 품 속에서 내 품 속으로 내 품 속에서 다시 당신의 품 속으로 넘실거리면서 행복을 안겨 주려고 8월의 아이 la mer가 오려나 봐요 우리 아이 la mer가 오늘 우리 곁으로 오려나 봐요 2021. 5. 16. 광야 이 밤 산하의 어둠은 누구의 것인가 낮부터 내린 비는 밤까지 이어져 내린 자리마다 열주를 심어놓고 전등불을 밝히는 늙은 순찰원은 어둠을 몰아 어둠을 몰아내어 살아남은 머릿수를 헤아려 순한 양들은 입을 다문 채 더럽혀진 구두코를 닦으나 시큰거림은 도무지 가시지 않고 희미하게 희끄무레하게 번지는 자정 눈을 감아도 꺼지지 않는 백야 밀려오는 잠을 떨쳐내며 늘어난 인대를 잡고 절뚝거리며 몸을 숨기는 어둠 속의 이리떼 울음소리는 내리는 빗소리 같아 산하에 어둠만이 온전한 어둠을 가졌네 아 이 노동의 끝은 언제쯤 광복을 맞나 아무리 잠을 청해도 밤은 오질 않네 이 시큰거림은 도무지 가시지 않네 2021. 5. 16. 이상 - 얼굴 배고픈얼굴을본다. 반드르르한머리카락밑에어째서배고픈얼굴은있느냐. 저사내는어데서왔느냐. 저사내는어데서왔느냐. 저사내어머니의얼굴은박색임에틀림이없겠지만저사내아버지의얼굴은잘생겼을것임에틀림이없다고함은저사내아버지는워낙은부자였던것인데저사내어머니를취한후로는급작히가난든것임에틀림없다고생각되기때문이거니와참으로아해라고하는것은아버지보담도어머니를더닮는다는것은그무슨얼굴을말하는것이아니라성행을말하는것이지만저사내얼굴을보면저사내는나면서이후대체웃어본적이있었느냐고생각될이만큼험상궂은얼굴이라는점으로보아저사내어머니의얼굴만을보고자라났기때문에그럴것이라고생각되지만저사내아버지는웃기도하고하였을것임에는틀림이없을것이지만대체로아해라고하는것은곧잘무엇이나숭내내는성질이있음에도불구하고저사내가조금도웃을줄을모르는것같은얼굴만을하고있는것으로본다면저사내아버지는해외를유랑하여저사내.. 2021. 5. 15. 이상 - LE URINE 불길과같은바람이불었것만불었건감얼음과같은수정체는있다. 우수는DICTIONAIRE와같이순백하다. 녹색풍경은망막에다무표정을가져오고그리하여무엇이건모두회색의명랑한색조로다. 들쥐와같은험준한지구등성이를포복하는것은대체누가시작하였는가를수척하고왜소한ORGANE을애무하면서역사책비인페이지를넘기는마음은평화로운문약이다. 그러는동안에도매장되어가는고고학은과연성욕을느끼게함은없는바가가장무미하고신성한미소와더불어소규모하나마이동되어가는실과같은동화가아니면아니되는것이아니면무엇이었는가. 진녹색납죽한사류는무해롭게도수영하는유리의유동체는무해롭게도반도도아닌어느무명의산악을도서와같이유동하게하는것이며그럼으로써경이와신비와또한불안까지를함께뱉어놓는바투명한공기는북국과같이차기는하나양광을보라. 까마귀는흡사공작과같이비상하여비늘을질서없이번득이는반개의천체에금강석과추호도다름없.. 2021. 5. 15. 이상 - BOITEUX BOITEUSE 긴것 짧은것 열십자 × 그러나CROSS에는기름이묻어있었다. 추락 부득이한평행 물리적으로아팠었다. (이상(以上)평면기하학) × 오렌지 대포 포복(匍匐) × 만약자네가중상을입었다할지라도피를흘렸다고한다면참멋쩍은일이다. 오- 침묵을타박하여주면좋겠다 침묵을여하히타박하여나는홍수같이소란할것인가 침묵은침묵이냐 메스를갖지아니하였다하여의사일수없는것일까 천체(天體)를잡아찢는다면소리쯤은나겠지 나의보조(步調)는계속(繼續)된다 언제까지도나는시체이고자하면서시체이지아니할것인가 1931.6.5 2021. 5. 14. 이상 - 공복(空腹) 바른손에과자봉지가없다고해서 왼손에쥐어져있는과자봉지를찾으려지금막은길을오리나되돌아갔다 이손은화석하였다 이손은이제는이미아무것도소유하고싶지도않다소유된물건의소유된것을느끼기조차하지아니한다 지금떨어지고있는것이눈(雪)이라고한다면지금떨어진내눈물은눈(雪)이어야할것이다 나의내면과외면과 이건의계통인모든중간들은지독히춥다 좌 우 이양측의손들이상대방의의리를저바리고두번다시악수하는일은없이 곤란한노동만이가로놓여있는이정돈하여가지아니하면아니될길에있어서독립을고집하는것이기는하나 추우리로다 추우리로다 누구는나를가리켜고독하다고하느냐 이군웅할거를보라 이전쟁을보라 나는그들의알력의발열의한복판에서혼수한다 심심한세월이흐르고나는눈을떠본즉 시체도증발한다음의고요한월야를나는상상한다 천진한촌락의축견들아짖지말게나 내험온은적당스럽거니와 내희망은감미로웁다 1931.6.5 2021. 5. 14. 이상 - 파편의 경치 - △은나의 AMOUREUSE이다 나는하는수없이울었다 전등이담배를피웠다 ▽은I/W이다 × ▽이여 ! 나는괴롭다 나는유희한다 ▽의슬립퍼어는과자와같지아니하다 어떻게나는울어야할것인가 × 쓸쓸한들판을생각하고 쓸쓸한눈나리는날을생각하고 나의피부를생각하지아니한다 기억에대하여나는강체이다 정말로 「같이노래부르세요」 나의무릎을때렸을터인일에대하여 ▽은나의꿈이다 스틱크 ! 자네는쓸쓸하며유명하다 어찌할것인가 × 마침내▽을매장한설경이었다 1931.6.5 2021. 5. 13. 이상 - 이상한 가역반응 임의의반경의 원(圓)(과거분사의 시세(時勢)) 원내의일점과원외의일점을결부한직선 이종류의존재의시간적경향성 (우리들은이것에관하여무관심하다) 직선(直線)은원(圓)을살해(殺害)하였는가 현미경 그밑에있어서는인공도자연과다름없이현상되었다. × 같은날의오후 물론태양이존재하여있지아니하면아니될처소(處所)에존재하여있었을뿐만 아니라 그렇게하지아니하면아니될보조(步調)를미화하는일까지도하지아니하고있었다. 발달하지도아니하고발달하지도아니하고 이것은분노(憤怒)이다. 철책(鐵柵)밖의백대리석건축물이웅장하게 서있던 진진(眞眞)5"의각(角)바아의나열에서 육체에대한처분을센티멘탈리즘하였다. 목적이있지아니하였더니만큼냉정(冷靜)하였다. 태양이땀에젖은잔등을내려쬐었을 때 그림자는잔등전방(前方)에있었다. 사람은말하였다. '저변비증환자는부자집으로식염을얻으려.. 2021. 5. 13.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17 다음